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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자신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을 대하는 손흥민의 태도가 2년 전과는 달라졌다.
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루머에 대해 과거 기성용(FC서울)이 했던 말을 빌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은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던 손흥민이 최근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나온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과 관련된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이적에 열려 있다는 듯한 말을 해 눈길을 끈다.
알 나스르, 알 힐랄 등 복수의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손흥민을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의 발언을 그의 향후 거취만큼 주목하고 있다.
영국 언론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홋스퍼를 오랜 기간 전담한 알레스데어 골드는 11일(한국시간) "토트넘에 부임하는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손흥민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손흥민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이적에 열려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골드는 "프랭크 감독이 토트넘에 도착했을 때 마주할 것은 핵심 선수들의 미래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며 "2023년 안지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에 부임한 직후 해리 케인을 바이에른 뮌헨으로 보냈고, 이제 그의 후임자는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거취 문제는 토트넘 전담 기자 중 최고 수준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골드까지 언급할 정도로 현 시점 토트넘과 관련된 일들 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토트넘 팬들 모두가 손흥민이 이번 여름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손흥민이 이적설에 휘말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제기된 그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손흥민의 상황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0년 동안 꿈만 꿨던 목표를 이뤘다. 다음 시즌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것도 손흥민에게 의미가 있겠지만, 현지에서는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더 이상 토트넘에 미련이 남지 않았을 거라고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손흥민의 계약은 다음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사실상 토트넘이 손흥민을 매각해 이적료를 벌어들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토트넘이 올여름 손흥민을 현금화해 이적료를 챙긴 뒤, 이를 선수단을 보강하는 데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 관련 소식으로는 높은 공신력을 보유한 골드가 손흥민도 이적에 열려 있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골드는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10년을 보내면서 항상 꿈꿨던 목표를 이룬 지금 시점에, 손흥민은 이번 여름 모든 당사자에게 적절한 제안이 있을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이적에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리기 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동안 토트넘에 남은 이유는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기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여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의 구단들이 손흥민 영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그들은 손흥민이 보유한 엄청난 인기 덕에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손흥민이 이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던 때보다 더 현실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B조 최종전(10차전)이 끝난 뒤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적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지는 않는 답변을 했다.
손흥민은 "아직 (토트넘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말을 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도 "나도 상당히 궁금하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는 것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구체적인 답변 대신 말을 아꼈다.
2년 전과는 분위기가 아예 달라진 답변이다.
손흥민은 지난 2023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이적설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시 손흥민은 과거 기성용이 중국 이적설에 대해 "대한민국의 주장은 중국으로 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약간 인용해 "기성용 형이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은 중국 리그에 가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은가,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닌 좋아하는 리그에서 뛰는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은 완곡하게 부인한 바 있다.
골드도 손흥민의 이번 발언을 조명하며 "많은 것은 토트넘의 태도와 궁극적으로 손흥민에게 달려 있다.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의 레전드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유로파리그 우승이 그의 커리어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감독 아래에서 또 다른 모험에 뛰어드는 시작이 될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골드는 그러면서도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면서 대화를 나누고자 할 것"이라면서 "프랭크 감독은 훌륭한 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선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가 손흥민을 다시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며 손흥민이 잔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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