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구단 인터 밀란이 2025 FIFA 클럽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악재를 맞았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팀의 베테랑 공격수 중 한 명인 메흐디 타레미가 조국 이란에 발이 묶이면서 미국 현지에서 열리는 클럽 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부상이나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니라,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급격히 고조된 무력 충돌에 따른 항공편 중단이라는 외교, 안보적 변수로 인해 발생했다.
복수의 유력 외신은 타레미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 고립돼 있으며, 이로 인해 인터 밀란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고 14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군사 공격 교환으로 인해 이란 내 모든 공항이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면서 타레미는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며 "그는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며, 대회 기간 내내 복귀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타레미는 최근 2024-2025시즌 종료 후 이란 대표팀 소집으로 귀국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치르기 위해 6월 초 이란으로 복귀했으며, 카타르와 북한을 상대로 연이어 출전했다.
특히 북한전에서는 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카타르전에서 주전 수비수의 퇴장으로 인해 수적 열세에 놓인 가운데 0-1로 패했지만, 타레미는 두 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대표팀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란은 해당 조에서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하며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타레미는 대표팀 일정을 마친 후 이란 축구협회로부터 '올해의 축구선수'로 선정돼 수상식에 참석했고, 이후 곧바로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인터 밀란 선수단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귀국 축하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국제 갈등의 여파였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급격히 격화되면서 민간 항공 교통망 자체가 마비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테헤란의 군사 및 핵 관련 시설을 포함해 여러 표적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으며,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반격한 상황이다.
이러한 군사적 긴장 고조 속에서 이란 당국은 전 지역 항공기 운항을 중단시켰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란 영공은 민간 항공기 운항을 포함해 사실상 폐쇄 상태에 놓여 있으며, 모든 상업용 항공편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타레미가 인터 밀란 선수단이 위치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할 방법은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타레미는 현재 고국에 발이 묶인 상태이며, 인터 밀란은 선수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출국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스포츠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 따르면 타레미는 클럽 월드컵 첫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것이며, 향후 일정에 복귀할 가능성도 매우 낮은 상태다.
해당 매체 역시 "타레미는 이란에 머무는 동안 클럽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구단은 외교적 루트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 밀란은 오는 18일(한국시간) 멕시코의 몬테레이와 클럽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 후, 일본의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 아르헨티나의 명문 리버 플레이트와 조별리그 경기를 갖는다.
이 대회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으로 출전하는 인터 밀란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구단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확대하고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점검하는 무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핵심 공격수 타레미의 부재는 팀 전력에 큰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그는 2024-2025 시즌 공식전 43경기에 출전해 3골 9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쏠쏠한 활약을 해왔다.
PSG를 상대로 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리그와 컵대회에서 로테이션 자원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그의 넓은 활동량과 전방 압박, 연계 플레이 능력은 인터의 공격 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인터 밀란은 시즌 종료 후 감독직을 사임한 시모네 인자기 감독을 이어 루마니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키부 신임 감독 체제 하에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키부 감독은 인터의 전설적인 수비수 출신으로, 프리마베라(유소년팀) 감독을 거쳐 1군 사령탑으로 승격되었다.
그는 클럽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전술 실험과 선수 조합을 시험하려 했으나, 타레미의 이탈로 인해 공격진 운영에 변수가 생긴 상황이다.
한편,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은 중동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 세계 각지 역시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하고 있으며, 미국과 프랑스는 자국민 보호 및 이스라엘 방어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란 국영 언론 '메흐르 통신'은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개입하는 모든 국가의 지역 내 군사기지는 보복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처럼 무력 충돌의 여파는 단순한 국가 간 분쟁을 넘어 다자 안보 위협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그 여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서는 타레미가 언제 다시 인터 밀란에 합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 밀란은 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대회 기간 동안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클럽 월드컵에 임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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